중3인 아들이 있다. 내년이면 고입이다. 대입은 초등학생부터라 하지만 자기 주도 학습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일주일에 3번 다니는 학원강의에는 집중해서 공부하라는 말 뿐이다. 요새 애들은 핸드폰에서 손이 떨어지면 무슨 큰일이 나는 줄 알고 손에서 놓칠 않는다. 와이프는 시간제한을 두고 온갖 잔소리를 하지만 무용지물이다. 공부는 때가 있다고 했는데 이제는 중3이고 하니 누나만큼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만 가졌으면 하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가 봅니다. 애들 교육은 엄마가 리드하고 아빠는 가만히 있는게 좋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지만 내년이면 본격적인 대입을 위한 레이스를 시작하는데 불현듯 2021년 고입의 방향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확인해보기로 하겠다. 월별로 고교 유형에 따른 연간 일정을 정리해봤다. 입시는 매년 예측과 대비가 어렵지만, 올해 고입은 더욱 쉽지 않다. 지난해 말 고교체제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고교 서열화 해소방안'이 발표된 뒤 처음으로 진행하는 고입이기 때문이다.
영재학교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학교, 법적으로 고등학교가 아니다. 고등학교 학력으로 인정할 뿐이며 과학고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대부분 교육부 소속 및 한국 과학기술원 법에 설립된 한국과학영재학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이다. 중학교 3년 과정을 모두 이수하지 않아도 조기 졸업하고 입학이 가능. 다만 영재학교에서 자퇴하거나 퇴학당했을 경우 다른 고등학교에 1학년부터 다시 다니거나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서울과고, 경기과고, 대전과고, 대구과고, 광주과고는 명칭에 과고가 붙어 있지만 영재학교다. 총 8개의 영재학교가 있다. 세종 과학예술영재학교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있다. 대학 진학은 KAIST에 많이 치중되어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제외하고 다수의 학교에 골고루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KAIST, POSTECH을 1순위로 지망한다.
전기고인 과학고(과고)
특수목적고등학교의 일종으로 과학 및 수학에 중점을 둔 고등학교다. 전국에 20개가 있다. 100% 공립 고등학교이며 전원 기숙사생이다. 2018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후기모집 전환으로 인해 과학고와 자사고/외고/국제고에 이중지원 및 동시 선발이 가능해졌다(후기고끼리는 불가, 전기/후기 중복지원은 가능). 통칭 과고라 부르며 더 줄여서 '곽'도 사용된다. 전국의 특성화고등학교 중 이름 뒷부분에 '과학고등학교'라는 말이 들어가는 학교들이 아주 많은데, 과학고 앞에 뭔가 한 분야와 관련된 말이 덕지덕지 붙은 경우는 다 예전에 공고, 농고라 불렸던 특성화 고등학교들이다. 부산컴퓨터과학고등학교, 부산산업과학고등학교, 영락 의료 과학고 등하교 등 많다. 마이스터고인 전남생명과학고등학교와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도 과학고가 아니다.
후기고인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일반고
외고는 외국어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이므로 입학 시 전공할 외국어를 택해야 하고 학교에서 공부할 때도 전공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반면 국제고는 국제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교육과정상 외국어 비중이 외고보다 작다. 대신 국제법, 국제문화, 국제경제 등 국제적 전문 지식을 다루는 교과목을 많이 배운다
자사고
자율형 사립고의 줄임말이며 다양한 교육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10개이며 광역단위자사고는 40개이다. 광역단위자사고는 세화고, 현대고, 중앙고 등이 있고 전국단위자사고는 김천고, 하나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용인외고가 대표적. 하나고는 동아리 활동, 조별 토론 등 학종으로 대학을 많이 가고 상산고는 수능 문제 풀이 위주의 자체 교육과정 덕택에 정시로 많이 간다.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로 정의하고 있으면 구체적으로 '전문적인 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산업계의 수요에 직접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학생 지원으로는 수업료, 입학금, 학교운영비가 면제된다. 우수학생과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별도의 장학금을 지원하며 학생들의 교육 집중을 위해 기숙사를 제공하면 해외 직업전문학교 연수, 국가 지자체의 세계화 사업 등과 연계해 학생들이 해외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4월~5월 영재학교 입시 시작, 서울과고 지역 인재 우선 선발 확대 주목
4월 영재학교 원서접수 시작, 4월 초에 원서접수 시작해 7월까지 모든 전형 마무리, 총 3단계 진행. 4월~5월 사이에는 1~2단계 전형, 1단계는 자기소개서와 학생부, 추천서를 제출하는 서류전형에 통과해야 한다. 2단계는 수학, 과학의 역량을 판별하는 '영재성 검사'를 치른다. 모든 학교가 같은 날 진행하며 융합형, 서술형 문제가 대부분이다. 서울과고는 2021년 신입생 기준으로 지역 인재 우선 선발 최대 인원을 종전 41명에서 82명까지 늘릴계획이다. 인천 영재도 올해도 지역 인재 우선 선발을 시행한다.
7월 마이스터고 공군 항공학과 원서접수 확인
7월엔 영재학교 3단계 캠프 평가가 진행된다. 하루 또는 오전과 오후, 1박 2일 등으로 학교마다 캠프 평가 유형이 다르다. 토론 형태를 띠거나 과제 수행을 하기도 하며 단순 면접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모든 마이스터고가 10월에 원서 접수를 시작하는 것과 달리 군에서 운영하는 공군 항공과학고는 매년 7월 초에 원서 접수를 진행한다. 2020 학년 신입생 입학 전형 요강 기준 모집인원은 남자 135명, 여자 15명으로 총 150명이다. 지원자는 합격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마이스터고나 과학고와 같은 전기고에 이중 지원을 할 수 없다. 단 불합격자는 전기 특성화고 입시에 지원할 수 있다.
과고 입시 개막, 서울권 과고 입시 전형 개선안 살피기
8월은 전국 20개 과고의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달이다. 2021학년 과고 입시에서 주목할 지역은 서울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사교육 유발 요인이 있는 과고의 일부 입시 전형을 개선하는 작업을 착수했다. 현재 서류평가와 출석 면담, 소집 면접 같은 3단계에 걸친 과고 입시 전형 중에 수학과 과학 문제를 푸는 소집 면접은 사교육 유발 요소가 많다고 보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가 나오는 대로 제도를 정비해 2021학년 과고 입시부터 개선안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교학점제 도입한 마이스터고 들여다보기
10월엔 마이 이스터고 입시가 있다. 공군 항공과학고를 제외한 전국 50개 학교에서 10월 말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거주지와 상관없이 전국 어떤 마이스터고에 지원할 수 있으며 중복 지원은 불가하다. 특히 2020 학년은 고교학점제가 마이스터고에 전면적으로 적용된다. 마이스터고의 고교학점제 도입 내용을 보면 교육과정 이수 기준을 단위에서 학점으로 전환하며 50분씩 16회 수업을 들으면 1학점을 따게 된다. 졸업을 위해 필요한 이수학점도 종전 204 단위에서 192학점으로 바뀐다. 또 융합과 심화 교육이 활성화되는데 전공 외 학과 과목을 최소 24학점 이상 취득하면 부전공으로 인정하는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마이스터고 진학을 고려한다면 목표로 하는 학교가 고교학점제를 얼마나 잘 운영하는지 봐야 한다.
특성화과, 전형별 각기 다른 원서 접수 일정 점검하기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으로 진행하며 원서접수 일정이 다르다. 대부분의 특성화고에서는 특별전형으로 80%, 일반전형으로 20%의 비율로 학생을 선발한다. 특별전형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1단계에서 중학교 석차 연명부가 도말 처리된 학생부를 제출하고 2단계에선 입시 당일 현장에서 작성한 학업 계획서를 바탕으로 면접을 실시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특별 전형 탈락 학생은 일반 전형에 지원할 수 있으며 이때 중학교 석차 연명부에 따른 성적순으로 선발한다.
12월에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입시가 기다린다. 일반고를 포함해 고입의 마지막 선택지가 될 후기고 지원 전략을 세울 때다. 2025년 일반고 전환이 예고돼 있긴 하지만, 현 중3이 자사고나 외고, 국제고를 졸업할 때까진 고입에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대입 정책의 변화에 따라 자사고, 외고, 국제고 중 어떤 학교가 자신의 진로와 진학에 유불리로 작용할는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일반고 선택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많다. 정시 모집 비율이 늘었다고는 하나 수시 모집 비율이 대폭 축소된 게 아닌 만큼 일반고도 교과목 편성과 운영이 다양하고 탄력적으로 적용되는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사고의 경우 교육당국이 자사고를 비롯해 외고, 국제고의 설립 근거를 삭제하고 이들 학교를 2025년 일반고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자사고 측이 헌법소원을 통해 법적 타당성을 되찾겠다고 했으나 2025년에 시행 되니 현재의 자사고 지위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현재 중3에게는 적용되지는 않는다.
외고의 경우는 지난해 말 2025년 일괄 폐지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2021학년도 외고·국제고 입시는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전국 모든 외고 30곳과 세종국제고 제외 모든 국제고 6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외고·국제고 지위 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입시를 진행하는 만큼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올해 고입으로 한정하면 오히려 이들 고교의 안정성과 우수성을 보장하는 셈이 됐다. 당장의 지위 유지가 불확실했던 외고·국제고의 지위가 시한부이긴 하나 2025년까지는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 예정됐던 재지정 평가도 모두 취소됐다. 기존 외고·국제고가 특기자전형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여왔던 만큼 대입전형 비중 개편으로 향후 대입에서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으나, 이들 고교가 수능 위주 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만큼 문제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학별 편차는 있으나, 논술·특기자전형 폐지로 확보된 비율이 수능 위주 전형 확대로 연결되고, 기존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은 유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 김창식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외고는 수능 위주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에, 국제고는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에 유리한 편인데 2024학년도 대입 역시 이들 전형으로 많은 인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불리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민족사관고, 용인외대부고 등 인기 자사고의 '쏠림' 전망이 예상되고 '일부 광역 자사고의 미달 가능성'도 있다고 교육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전국 단위 자사고는 전년도 수준의 경쟁률과 합격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선호도가 높은 경기 용인외대부고, 서울 하나고의 경우 2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반면 “광역 단위 자사고의 경우 선호도 높은 서울지역 자사고인 한가람고, 배재고, 세화고, 중동고, 이대부고 등은 1.5대 1 전후의 경쟁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미달되는 학교도 적지 않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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